저는 '은퇴'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아서
미국의 소셜 웹사이트인 Reddit에서 은퇴한 expat(국외거주자)들이 나누는 정보를 읽곤 합니다.
그 중에서 말레이시아에서의 은퇴 생활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말레이시아를 여행하면서 그들의 생각에 공감을 하게 되었답니다.
참고로 말레이시아는 한국분들에게도 은퇴이민으로 인기가 많은 곳이지만
미국인들에게도 그렇다고 합니다.
물론 미국인들은 지리적으로 더 가까운 남미나 유럽의 국가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아시아권의 국가들에서는 태국과 함께 말레이시아가 은퇴이민 대상지로 인기가 있습니다.
저는 20년 정도 미국에서 거주했고 현재는 여행을 하는 중인데,
미국에서는 힘겹게 이민해서 정착하고 꽤 오랜 기간 직장 생활을 했던 반면
말레이시아는 여행자로서 겨우 한 달 좀 넘게 지냈으니 두 나라에서의 경험치가 천지차이라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는 말레이시아는 은퇴하기 괜찮을만한 곳으로 보여지네요.
미국과 말레이시아 둘 중에 선택하라고 하면 저는 말레이시아에서 은퇴하겠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 게다가 말레이시아의 장점만 적은 글임을 미리 밝혀 둘게요.
인종차별
미국에서 오래 살면서 알게 모르게 인종차별을 많이 받다보니
누군가가 나에게 조금 불친절하게 대하는 느낌을 받으면
내가 아시안이라서 차별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요.
그런 생각 자체가 바람직한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일상 생활의 순간순간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산다는 게 상당히 피곤한 일이라는 거
아마 미국 사는 한국분들 중에는 공감하는 분들도 계실 거에요.
말레이시아에 오래 살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여기 살면 미국에서처럼 동양인이라서 차별 받는 일은 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워낙 다양한 인종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곳이고
중국계 분들과 외모 상으로 크게 차이가 느껴지지 않아서 입니다.
물론 말레이시아도 인종적 갈등들이 분명히 있겠지만 설마 미국만큼 심할까 싶어요.
오히려 한국 사람들에게 우호적인 느낌을 받곤 하는데요.
지금까지 만나본 말레이시아 분들이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한국의 음식이나 드라마, 케이팝 등을 얘기하면서 좋아하는 느낌?
물론 직업의식이 섞인 리액션일 수도 있구요.
말레이시아에서 오래 살아본 분들을 만나면 여쭤 보고 싶네요.
음식
전 미국에서 오래 살았지만 음식은 아시안 음식을 좋아합니다.
미국도 맛있는 음식 많은 곳이고 이민자의 나라답게 다양한 국적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뉴욕 같은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에 살던 제겐 선택지가 많지 않더군요.
매주 트레이더조에서 냉동음식을 사다가 재료 좀 더 넣고 간단하게 조리만 해서 먹다가
말레이시아에 오니까 이건 뭐랄까 음식천국에 온 느낌이에요.
중국 음식만 해도 미국에서는 general tso's chicken 이런 미국화된 중국 음식을 먹다가
여기선 훨씬 다채롭고 퀄리티 있는 중국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물론 본토 중국 음식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인도 음식, 중동 음식도 미국에서 접하던 것보다 더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특히 미국에선 해산물을 상대적으로 덜 소비를 하는 편이라
내륙 지방으로 갈수록 가격도 비싸고 종류도 다양하지 않은데,
말레이시아에선 다양한 해산물을 훨씬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좋아요.
물가
은퇴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생활비인데
이 점에서 말레이시아의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는 큰 장점입니다.
물론 말레이시아가 다른 동남아 국가보다는 좀더 비싼 것으로 알고 있지만요.
제 경우 쿠알라룸푸르에서 한달 살기를 하는데 숙박 포함 한화로 150만원 정도 들었어요.
미국에서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렌트비도 안되는 금액이죠.
제 지난 포스팅에서 한달 살기 비용, 그리고 장보기 물가에 대해 보실 수 있습니다.
2024.09.04 - [분류 전체보기] - 솔로 여행자의 쿠알라룸푸르+말라카 한달살기 비용
2024.09.03 - [분류 전체보기] -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장보기 물가
의료 시스템/의료비
미국에 거주하는 은퇴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아마 의료비가 아닐까 하는데요.
의료비가 너무나 비싸고 한 번 아팠다가 개인파산에 이르는 경우도 많은 나라이다 보니 그렇습니다.
저 역시 미국에 살면서 의료비로 한 밑천 날린 경험이 있어서
미국에 계속 산다고 했을 때 이런 점이 걱정이네요.
말레이시아의 의료 시스템의 퀄리티는 상당히 괜찮은 편이라고 알고 있어요.
그리고 아주 최근에 제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실제로 의료 시스템을 경험해 볼 기회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의료 서비스의 퀄리티에 있어서 만족했고
의료비의 경우에도 미국에서 같은 치료를 받았을 경우에 비해 말도 안되게 저렴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선 나중에 자세하게 포스팅 해볼게요.
날씨
마지막으로 날씨.
제가 추위를 잘 타는 편인데 미국에서 꽤 추운 지방에 살다보니
겨울이 너무 싫었습니다.
미국 집들은 난방도 힘든 거 아시죠.
말레이시아는 따뜻해서 좋네요.
물론 사시사철 덥다는 점은 있지만
저같이 추위에 약한 사람들에겐 더운 날씨가 차라리 나을 것 같습니다.
마치며
이상으로 말레이시아의 은퇴지로서의 장점에 대해
미국에서 거주해온 사람의 입장에서 적어 보았습니다.
고작 한 달 여행을 하면서 제한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
말레이시아를 좋게만 보고 쓴 글인 점 양해 부탁드려요.
이 글에선 쓰지 않았지만 말레이시아의 단점도 벌써 여럿 보입니다.
은퇴지를 고민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는 글이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