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말레이시아 여행 중에
교통사고를 당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2024.09.12 - [분류 전체보기] - 말레이시아에서 교통사고 당한 이야기
교통사고가 나고 5일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말레이시아의 병원식을 체험했는데요.
다리가 부러진 상황에서도
음식이 맛있는 나라라서 병원밥에 살짝 기대를 했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그냥 그랬습니다.
먼저 제가 있던 곳은 사립병원이었고
정형외과라서 그런지
특별히 식단에 제한이 없는 것 같았어요.
아침은 마일로나 홍차에
굽지 않은 맨 식빵 두 조각, 버터와 딸기잼.
커피를 줄 수 있냐고 물었는데
병원 방침상 stimulant에 해당하기 때문에 줄 수 없다고 하더군요.
매일 같이 마시던 커피를 마실 수 없어서 좀 힘들었고
매일 아침 메뉴가 똑같다 보니
4일째 되니까 너무 지겹더군요.
그리고 나서 점심이나 저녁 때에는
간호사가 와서 뭘 주문하고 싶으냐고 물어봅니다.
첫날에는 약간 당황했어요.
예전에 한국에서 입원했을 때
메뉴 고를 것 없이 병원식이 일괄적으로 나왔던 기억이 있거든요.
대신 메뉴가 좀 한정적인 느낌이더군요.
밥 두어 종류, 누들 두어 종류, 죽 이 정도 중에서
고를 수 있었어요.
첫날에는 누들수프를 시켰는데
누들만 많고 건더기는 별로 없어서 실망.
그 다음엔 나시 고렝을 시켰어요.
계란, 멸치, 닭고기 이렇게 들어갔는데
기본 메뉴임에도 상당히 맛있게 먹었어요.
볶음밥에 멸치를 넣어도 상당히 잘 어울린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리고 다음엔 스윗 앤 사워 치킨.
미국에서 먹던 것과 비슷한 맛이었어요.
이때 쯤 되니 나오는 음식양이 저한텐 너무 많다는 걸 알았고
간호사에게 부탁해서 점심 때 먹고 남은 음식은 보관했다가 저녁에 먹게 되었어요.
그리고 나서 알게 된 사실.
제가 '병원밥'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이
병원 내의 조리소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병원 근처 음식점에서 주문해 온 음식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걸 알려준 의사는
병원밥을 꼭 시켜야 하는 거 아니고
그랩(Grab)으로 원하는 음식을 주문해도 된다고
나름의 팁을 알려주었답니다.
하지만 그걸 알고 난 후에도
저는 그냥 병원을 통해 주문해 먹었답니다.
통증과 함께 며칠 내내 누워만 있다 보니
평소의 저답지 않게 입맛이 너무 없어서
딱히 먹고 싶은 음식이 없더군요.
그리고 퇴원하기까지 주구장창
닭고기가 들어간 포리지(죽)을 주문했어요.
아프니까 죽이 제일 잘 넘어가더라구요.
그리고 사진엔 없지만
오후에는 티나 비스킷을 주기도 하더군요.
생각해 보니 저 위에 보이는 한 줌도 안되는 샐러드를 빼놓고
5일 내내 채소 구경은 거의 못한 것 같아요.
과일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퇴원하고 나니까
커피를 마실 수 있어서 넘 좋고
이젠 입맛도 좀 돌아오는지
먹고 싶은 음식도 하나 둘 생기네요.
이럴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혹시라도 말레이시아에서 입원하게 되시면
병원밥 드셔보시고 아니다 싶으면
그랩으로 배달시키는 옵션이 있다는 거 알아 두세요.
간병하는 분이 있으면 부족한 채소나 과일도 잘 챙겨주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