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처음으로 여행을 와서 느낀 점 한가지.
여기는 좀 난이도가 있는 여행지이구나.
그렇게 느꼈던 이유 중 하나는 현금으로 계산할 때 겪는 어려움이었답니다.
이미 베트남 화폐에 익숙하신 분들이라면 그렇지 않겠지만
저는 처음으로 베트남 돈을 사용해보는 거라서
처음 며칠동안은 계산을 할 때마다 혼란을 겪었습니다.
물건 값이 십만 동, 백만 동 이런 큰 단위로 거래되는데다가
지폐들이 (제 눈에는) 다들 비슷비슷해 보여서
돈 계산 할 때마다 0이 몇 개인지 눈을 부릅뜨고 세어야 했답니다.
게다가 베트남 오기 전에 들었던 경고들,
예를 들면 소매치기 조심해라, 외국인이라 바가지 씌운다 등등
이런 것들이 더해져서 돈 계산 할 때마다 잔뜩 긴장하게 되었답니다.
다행히 여기저기서 물건도 사 보고 하면서
현금 계산에 많이 익숙해져서 요즘은 큰 불편을 못느끼고 있답니다.
혹시나 저처럼 처음 베트남을 여행하시는 분들을 위해
소소한 주의사항과 팁을 몇가지 정리해 볼게요.
2025년 3월 베트남 다낭 물가를 기준으로 한 글임을 주의해 주세요.
1. 1만 동을 기준으로 생각하기
저처럼 베트남 돈은 처음이라 감도 안잡히시는 분들이라면
1만동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쉽습니다.
제 경우 여행자로서 베트남에서 매일 하는 소비의 대부분이 식사, 커피, 디저트, 이런 정도이거든요.
이 정도의 소소한 지출은 몇 만동에서 해결이 됩니다.
다들 좋아하시는 반미는 1만 5천동, 2만 동 이 정도이구요.
로컬 식당이나 노점에서 식사하면 2-3만동에도 가능합니다.
커피나 작은 디저트도 2만동 정도 생각하시면 되구요.
물론 관광객 많은 곳이나 괜찮은 식당 가면 이보다는 훨씬 더 잡아야 하구요.
그래서 어지간한 물건을 살 때에는 단위를 만 동 기준으로 생각하면 편합니다.
물건 값이 몇만 몇천 동 이렇게 천 동 단위가 붙긴 하는데
만 동 이하인 물건을 사본 적은 손에 꼽는 것 같아요.
동네에서 파는 붕어빵 하나에 7천동.
만 동 이상 지폐는 코팅같은 게 되어 있어서 튼튼하고 매끄러운 질감인데
천 동, 이천 동 이런 지폐는 바스락거리는 종이로 질감 자체가 달라 구분하기 쉽구요.
여기는 동전 자체가 없고 시중에서 쓰는 가장 작은 돈 단위가 천 동입니다.
화폐 단위와 관련해서 궁금했던 것 중 하나가
숙박 예약할 때 보니 숙박비가 1 동 단위까지 있더라구요.
아니 제일 작은 지폐가 천 동인데 이걸 어떻게 계산하나 했습니다.
참고로 이 숙소는 신용카드 안되고 현금만 받는 곳.
물어보니까 천 단위 밑은 내림 혹은 올림을 하더라구요.
양심적인 곳은 내려서 받고 그렇지 않은 곳은 올림하는 느낌.
예를 들어 지금 묵고 있는 숙소는 숙박비가 3,144,960동이었는데 3,144,000만 내라고 했답니다.
마트에서 현금으로 계산할 일이 있었는데
그 때도 이런 식으로 내림을 해서 거슬러 주었습니다.
2. ATM에서 현금 인출하기
이건 현금 환전 다 해오시는 분들에겐 상관 없을 얘기지만
저처럼 여기 와서 ATM으로 현금 인출하실 분들을 위해서 써볼게요.
개인적으로 베트남 와서 살짝 불편한 것이 현금 인출입니다.
태국에서는 동네 세븐일레븐에만 가면 앞에 ATM이 두세 개는 있거든요.
여기는 ATM 가려면 은행까지 가야 하는 데다가
어느 은행이냐에 따라서 하루에 뽑을 수 있는 금액이 다르고
인출 수수료가 따로 붙기도 합니다.
VP Bank랑 TP Bank가 인출수수료가 없고 인출 한도도 커서 많이들 이용하시더라구요.
저도 이용하는데 이 은행들이 자주 보이는 게 아니라서
돈 뽑으려면 그랩까지 타야 하는 현실..
이럴 땐 태국이 그립네요 (그런데 인출 수수료는 태국이 더 비쌌음).
검색해보니 요즘 트래블월렛도 많이 쓰시는 것 같은데 이것도 알아보시구요.
3. 잔돈 바꾸기
베트남 와서 처음으로 ATM에서 현금을 인출했는데
50만 동 지폐로만 돈이 나오는 거에요.
아침 식사도 못한 터라 당장 노점에서 뭘 사 먹고 싶은데
2만 동 짜리 반미를 파는 분에게 50만 동 지폐를 드리면 거스름돈이 없을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현금을 인출한 ATM이 있는 은행에 들어가서 얘기한 끝에
다행히 일부분을 작은 돈으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근데 이건 예외적인 경우인 것 같고 은행이라고 다 바꿔 주는지는 모르겠네요.
제가 추천드리는 방법은 마트에 가서 결제하는 건데요.
롯데마트나 고마트 이런 큰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고 50만 동 지폐로 계산하면 간단하더라구요.
정확히 말하면 작은 돈으로 '바꾸는' 게 아니고 물건을 사고 거스름돈을 받는 거지만
여행 오면 어차피 이것저것 살 게 많으니까 편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길에서 장사하시는 분들한테 50만 동 지폐 들이밀지 마시고 큰 마트로 갑시다.
또 마트 말고 주유소에서도 50만 동 지폐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까 참고하세요.
4. 수신호 이용하기
이 부분은 저도 여전히 헷갈리는 점인데 그래도 써볼게요.
베트남에서 물건에 가격표가 K를 단위로 적힌 경우가 많은데
K는 1000이라는 의미니까 10K라고 적혀 있으면 1만 동. 이건 다 아시죠?
아래처럼 K가 안 적혀 있더라도 생략되어 있구나 하고 K를 더해서 생각하시면 됩니다.
근데 가격표가 안붙어서 직접 물어봐야 할 때 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답니다.
물건을 살 때 관광객을 많이 대해 본 상인들은 영어나 한국말을 하지만
로컬 시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분들이 더 많거든요.
물건값을 물어보면 어떤 분들은 지폐를 가져다가 얼마인지 보여주시기도 하고,
계산기에 숫자를 찍어서 보여주시는 분들도 있고,
또 어떤 분들은 손가락을 펴서 얼마인지 알려주세요.
예를 들어 물건 값이 1만 5천 동 이렇게 천 동 단위가 들어가면
아마 손가락으로 1을 만들고 그 다음에 5를 만들어 보여줄 거에요.
그렇지 않고 만약에 손가락을 두 개만 펴서 보여준다면
이건 만 동 단위로 생각해서 2만동이 맞을 거에요.
2천 동 드렸다가 욕 먹습니다.. 2천 동 짜리 물건은 거의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마지막으로 TMI 하나.
미국과 베트남에서 현금으로 물건 살 때 소소한 차이점이라고 느낀 게 있어요.
미국에서 큰 돈으로 현금을 지불하면 거슬러 줄 때 손님 방향으로 지폐를 한 장씩 천천히 소리내어 세면서 놓아주거든요.
'twenty.. thirty... " 이렇게요.
그럼 손님 입장에서는 얼마를 거슬러 받는지 눈 앞에서 바로 확인이 되어서 좋죠.
베트남에서는 거스름돈이 클 경우에 점원이 돈을 두 번씩 세어보고 주긴 하는데
미국처럼 손님이 볼 수 있게 지폐를 하나씩 세어주진 않네요.
베트남은 현금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다보니 하나씩 세어주는 절차는 너무 번거러울 것 같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손님 입장에서 직접 확인시켜 주는 미국식이 편하네요.
여기서는 돈을 거슬러 받으면 제가 또 직접 확인을 하는데
화폐 단위가 아직 익숙치 않은 것도 있고 거슬러 주는 사람 바로 앞에서 돈 세고 있으면 의심하는 것 같아 민망하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확인할 건 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냥 합니다.
이상으로 베트남에서 현금 쓸 때 팁과 주의점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헷갈리는 게 많은데 가서 밥도 사먹고 시장에서 장도 보고 하다보면
하루 이틀만 있어도 금방 감이 오실 거에요.
즐거운 여행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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