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적인 베트남 서민음식 미헨(Mì hến)과 앤서니 보데인

앤서니 보데인Anthony Bourdain을 아시나요? 

미국의 셀레브리티 셰프이자 방송인으로 Parts Unknown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그 나라의 음식과 문화, 역사를 소개한 인물입니다.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그의 프로그램을 애청하던 친구가 있어서 저도 보게 되었는데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에 대한 그의 모험심과 편견없는 태도,

그리고 해당 국가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그의 진지한 자세가 좋았습니다. 

 

미국 생활을 하면서 다수의 미국인들의 음식에 대한 스펙트럼이 꽤 제한적이라고 느꼈습니다. 

닭이나 돼지고기만 놓고 보더라도 닭가슴이나 날개, 돼지 안심 이런 소위 '일반적인' 부위를 선호하며

닭발, 내장, 머리고기, 귀 이런 부위들을 먹는 다른 나라 사람들을 야만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단 프랑스 같은 유럽에서 달팽이나 개구리를 먹는 것은 또 다르게 봅니다. 

 

앤서니 보데인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무슨 음식에든 편견 없이 도전하고 즐기는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시저 샐러드, 햄버거, 페페로니 피자만 음식인 줄 알고 생선 굽는 냄새만 나도 얼굴을 찌뿌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내다가

그가 치앙마이의 로컬 식당에서 태국식 육회에 돼지 뇌 요리를 거침없이 먹거나 뉴욕의 한식당에서 산낙지를 먹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뻥하고 뚤리는 기분이 들곤 했어요. 

 

아무튼. 

그런 앤서니 보데인이 베트남 후에를 배경으로 찍은 에피소드의 오프닝.

길가 노점의 낮은 의자에 앉아서 국수 한 그릇을 주문하며 행복을 위해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열거합니다. 

 

“low plastic stool - check, tiny little plastic table - check, ooh - something delicious in a bowl - check”.

 

 

이 장면에서 그가 먹은 것으로 보이는 것이 꼼헨 Cơm hến이라는 음식인데요. 

이곳 다낭에서 멀지 않은 후에 Huế 지방에서 유래한 음식으로

작은 바지락들을 올린 밥에 고수, 땅콩, 콩, 튀긴 돼지껍질, 고추, 야채 등을 넣고 섞어 먹는 음식입니다. 

 

베트남에 와서 이걸 먹어보고 싶어서 구글맵을 검색한 결과

숙소 주변 시장가 골목에 꼼헨을 파는 곳이 있어서 먹으러 갔습니다. 

 

외국인 손님이라 그런지 신기해하며 맞아주시던 주인 아주머니.

 

정신없는 가게 안 분위기. 

앤서니 보데인이 좋아했을 낮은 플라스틱 의자. 

 

꼼헨의 '꼼'은 밥이란 뜻이거든요. 저는 미헨 Mì hến, 그러니까 국수('미')를 넣은 걸로 주문해 봤어요. 

가격은 2만동 (약 1100원).

 

3분도 되지 않아 주문한 음식이 나왔습니다. 

거뭇거뭇하게 마치 콩처럼 보이는 게 바지락이구요. 

고수, 망고채(아마도?), 땅콩, 튀긴 돼지껍질 등이 얹힌 국수랑 마실 국물 조금이 나왔답니다. 

 

바지락이랑 피쉬소스가 들어가서 감칠맛이 나구요. 

돼지껍질이랑 구운 땅콩의 고소함, 거기에 망고 채와 고수의의 이국적인 맛이 어우러집니다. 

 

수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무수한 음식을 먹어본 셀럽 쉐프 앤서니 보데인.

그런 그가 가장 사랑하던 나라가 바로 베트남이었다고 하는데요. 

 

베트남에 와서 여러 음식을 먹어보면서 그래서 그랬구나 고개를 끄덕거리게 됩니다. 

길거리 노점에서 파는 소박하기 그지없는 국수 한 그릇이나

길에서 구워 파는 소시지 하나도 생각치도 않게 맛있어서 놀라게 되는 곳. 

 

베트남에 여행오시면 미헨이나 꼼헨도 한 그릇을 드셔보는 거 추천할게요. 

허름한 노점에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서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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