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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에서 입원하기: 입원 생활

by 미리온미래 2024.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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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말레이시아 응급실에 간 얘기를 했는데요.

 

2024.09.24 - [분류 전체보기] - 말레이시아에서 입원하기: 응급실 편

 

말레이시아에서 입원하기: 응급실 편

말레이시아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입원했다가 퇴원한 지도 벌써 이주일이 되어 가네요. 혹시 말레이시아의 의료서비스나 병원에 대해궁금하신 분들이 있을까봐응급실에 실려갔다가 입원했던

saoirse.tistory.com

 

 

오늘은 지난 글에 이어서 입원한 얘기를 해볼게요. 

 

금요일 늦은 밤.

저는 국립병원 응급실에서 서너 시간을 보낸 후 

응급차를 타고 사립병원으로 실려갔어요. 

 

실려간 병원은 규모는 작지만

깨끗하고 시설이 좋아 보였고

병원에 도착한 즉시 당직하던 의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입원을 하는 건 어린 시절 이후 처음인데다

낮선 타국에서 하는 입원이라 

무엇을 예상해야 할 지 몰랐어요. 

 

개인실과 6인실 병동을 고를 수 있었고

저는 6인실 병동에 들어갔는데

입원 기간 대부분 다른 입원 환자가 아무도 없어서

개인실을 쓰는 느낌이었어요. 

 

 

그렇게 시작된 5박 6일의 입원 생활은

고통스러우면서도 단조로웠습니다. 

 

다리 때문에 거동을 할 수 없어서

소변줄과 기저귀를 착용하게 되었고

혼자 힘으로는 몸을 일으키기도 어려워

입원 기간 내내 거의 누워만 있었어요.

 

아침이 되면 간호사가 따뜻한 물을 가져와서

간신히 세수와 양치를 하고

식빵과 잼, 블랙 티로 아침을 먹고

병동을 방문하는 의사를 잠깐 보고

점심과 저녁은 밥이나 누들 종류를 먹고

한 시간 간격으로 간호사들이 들러

혈압을 재고 소변을 체크하고 약을 주고

이런 일과가 계속되었습니다. 

 

 

 

간호사들은 제가 외국인이라 신기한지 

어디서 왔냐, 어쩌다 이렇게 되었냐 물어보셨어요. 

 

간호사들 대부분이 영어 소통이 가능했지만

몇몇 분들과는 기본적인 단어 이상의 소통은 어려웠어요. 

 

한국인이라고 하니까 

관심과 호감을 보이는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저에게 와서 자기는 불닭 볶음면을 좋아한다,

너 피부가 좋은데 한국 화장품을 쓰는 거니,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BTS나 이민호를 좋아하는 간호사들도 있었어요. 

마침 제가 이민진 님의 ‘파친코’를 읽고 있어서 그 얘길 했더니

배우 이민호 씨가 말레이시아에 꽤 자주 온다는 얘기를 들려주더군요. 

 

그리고 마침내 수술날. 

정형외과에선 밥먹듯 자주 하는 종류의 수술이고

담당 의사가 꽤 유능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어서

큰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긴장이 좀 되었어요.

 

전신마취를 할 줄 알았는데 하반신만 마취를 시켜서

수술하는 동안 깨어있는 상태였는데요.

 

한국이나 미국에서 자잘한 수술을 받았던 경험에 따르면

보통 수술 중에는 차분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의사가 지시를 내리거나 하는 소리를 제외하면

조용하고 엄숙하기까지 한 분위기였거든요. 

 

그런데 제가 경험한 수술실의 분위기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꽤나 흥겨웠어요. 

수술실 안에 의사를 포함에서 열 명도 넘는 

스탭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수술 과정마다 뭔가 떠들썩하게 대화가 오가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말레이를 알아들을 수 없어서 더 떠들썩하게 느꼈을 수도 있는데,

의사는 수술 과정 하나하나를 다른 스탭들에게 설명하는 듯 했고

수술 중간에 계속 큰 소리’로 슛 슛 슛’ 이렇게 외쳤어요

(나중에 물어보니 엑스레이 같은 걸 찍느라 그랬답니다)

수술이 끝나자 모두들 환호하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수술이 끝나고 들것에 실려 나오는데 

몽롱한 상태여서 그런지 수술이 아니라 

마치 무슨 발리우드 뮤직비디오를 보다가 나온 느낌이었어요.

 

수술이 끝나고 나중에 의사에게 

원래 수술실 분위기가 그러냐고 물어보니

의사가 겸연쩍은 듯 웃으면서 

한 팀으로 일을 하다 보니 팀웍이 강해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다행스럽게 수술은 잘 끝나고

저는 다음날 바로 목발을 짚는 법을 배웠고

그 다음날, 약간 무리인 듯 했지만 

너무나 집에 가고 싶어서 퇴원을 했어요. 

 

헌신적으로 저를 돌보던 간호사들과 그새 정이 들었던지

퇴원을 하면서 고맙고 아쉬운 마음에 

고맙다고 인사를 몇 번이나 했어요. 

 

아파서 입원을 하는 것이 즐거운 경험일 수는 없지만

입원하는 동안 만났던 의사며 간호사, 스탭들 모두들

친절하고 살갑게 대해 주셔서

조금은 덜 힘든 입원 생활이었답니다. 

 

간호사들이 상처에 드레싱을 하거나 부러진 다리를 옮길 때면

제가 아파하는 미안한지쏘리쏘리쏘리’ 하시더라구요. 

퇴원을 한지 한참 된 지금도 이분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귓가에쏘리쏘리쏘리 들리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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