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입원했다가 퇴원한 지도 벌써 이주일이 되어 가네요.
혹시 말레이시아의 의료서비스나 병원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이 있을까봐
응급실에 실려갔다가 입원했던
일주일동안의 경험을 적어 볼게요.
9월 초 어느날
저는 횡단보도가 없는 찻길을 건너다
오토바이에 부딪혔어요.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정신을 차리니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누군가가 앰뷸런스를 불러서
근처에 있는 Sultan Ismal Hospital이라는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사람들이 외국인은 여권이 있어야
병원에서 받아 준다고 여권을 갖고 있냐고 묻더군요.
여권을 숙소에 두고 나온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핸드폰에 여권 사진 찍어 놓은 것이 있어서 그걸 보여줬어요.
얼마 후 응급실에 도착했는데
저처럼 다쳐서 실려온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곳에서 의사를 보기까지 두어 시간이나 걸렸는데
그 동안 진통제를 맞고 엑스레이를 찍었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이 병원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병원인데
응급실 진료에 대해 환자들의 불만이 꽤 많았어요.
그 병원만 그런지 다른 국립병원도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요.
한참을 기다려 만난 의사는 여러가지를 묻더니
제게 사립병원의 의사의 연락처를 주더니
그 병원으로 가기를 권했어요.
이유는 제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국립 병원의 낮은 병원비를 적용받을 수 없는데다가
그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려면 몇 주나 기다려야 하는데 반해
사립병원으로 가면 빨리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의사가 권유한대로 사립병원에 가기로 했는데
사립병원의 의사과 통화해 보니
이틀 정도 다리 붓기가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부상이 처음이라 아무 것도 모르는 저는
어서 응급실을 나가고 싶은 생각에
집에 일단 갔다가 이틀 후에 병원에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응급실의 의사가 너무나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면서
돌봐줄 사람도 없는데 혼자 이틀 동안 지내다가 잘못하면 더 다칠 수도 있고
너무 고통스러울 수 있다고 하면서
지금 당장 사립병원으로 앰뷸런스 타고 가라고 저를 설득했습니다.
나중에 이 분에게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이 분 입장에선 환자가 원하는 대로 집에 보내고 나몰라라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저를 설득하셨습니다.
후에 입원을 해서 이 다리로는 화장실조차 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이 분이 저를 설득한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그 의사분 말고도 다른 스탭 분들과 얘기를 나누었는데
외국인이라서 신기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혼자 여행하다 다친거라 보호자가 없다고 하니까
자기 일처럼 진심으로 걱정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의사분 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와서
집에 가지 말고 당장 입원하라고 얘기를 해주고.
응급실에서 일하다 보면
사람들의 고통에 무감각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제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걱정해 주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고통과 긴장으로 보냈던 몇시간이었지만
그날 응급실에서 만난 사람들이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 배푼 친절을 생각하면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이상으로 응급실에서의 경험이었구요.
다음 글에서는 입원 경험을 좀더 자세히 적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