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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iland

나의 첫 두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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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태어나서 처음으로 두리안을 맛보았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파는 무상킹 두리안이 그렇게 맛있다는데

어쩌다보니 말레이시아에 있으면서도 두리안을 한번도 못 먹어봤어요. 

 

그래서 태국 가면 두리안 꼭 먹어야지 했거든요. 

왜 다들 그렇게 두리안을 좋아하는지 넘 궁금했어요. 

 

근데 치앙마이에 왔더니 의외로 두리안 파는 노점이 잘 안보이네요.

말레이시아에서는 노점에 앉아 즉석에서 까주는 두리안 먹는 풍경을 흔히 봤었는데

태국은 역시 망고인지 망고 라이스 파는 곳만 많고 두리안은 잘 안보이네요. 

 

그러다 며칠 전에 치앙마이 게이트 시장에 갔는데

이렇게 손질해서 포장한 두리안을 팔고 있었어요. 

 

 

주먹 하나 만한 사이즈라 혼자 먹기 부담스럽지 않아서 하나 사봤어요. 

80바트니까 말레이시아에서 본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거 같네요. 

 

두리안은 비싸야 맛있다고 하는데 이걸 사도 괜찮을까 살짝 걱정이 되긴 했지만

로컬들 즐겨찾는 시장에서 꽤 오래 장사한 곳 같은데

그래도 기본은 하지 않을까 해서 그냥 샀어요. 

 

 

설레는 마음으로 숙소에 들어와서 포장을 벗겼답니다.

참고로 제가 묵고 있는 숙소는 두리안 금지 이런 거 없긴 한데

그래도 민폐가 될까봐 냄새가 좀 신경쓰이긴 했어요. 

 

대체 어떤 맛이길래 다들 두리안 두리안 하는건지

음식 하나 먹으며 이렇게 설레인 건 오랜만이에요. 

 

 

그런데 생각했던 두리안의 맛이 아니에요.

두리안이 딱딱하고 생밤 맛이 납니다. 

두리안 특유의 냄새도 제대로 나지 않구요. 

두리안은 크리미하고 달콤하다고 들었는데 

 

역시 싼 게 비지떡이었나 하고 검색을 해보고 나서야

제가 산 두리안이 안익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못먹고 버리는 건가 했는데 더 검색을 해보니

안익은 두리안은 후숙을 시키면 되는데 후숙에도 여러 방법이 있나봐요.

그냥 실온에서 며칠 두는 방법도 있고 냉동을 했다가 녹이기도 한답니다.

 

저는 실온에서 며칠 두는 방법을 택했어요.

두리안을 랩으로 싸고 냄새 안나게 다른 봉지로 싸고 또 쌌습니다.

 

그리고 사흘이 지난 오늘

과연 익고 있는지 혹시 썩어버린 거 아닐까 하고 열어봤는데

진한 두리안 향이 납니다.

손가락으로 눌러보니 물컹물컹해진 것도 느껴지구요. 

 

 

처음 먹어본 두리안은

야릇하고 신기하게 맛있네요.

 

American Hustle이라는 영화 보셨나요? 

거기서 제니퍼 로렌스가 연기하는 로잘린이라는 캐릭터가 있어요. 

그녀가 새로 사귄 친구와 걸토크를 하면서 자기가 바르는 매니큐어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마감제… 향수 같은데, 그런데 뭔가 썩은 냄새도 나.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난 이 향을 멈출 수가 없어.

한 번 맡아봐, 정말이야!

역사적으로 최고의 향수들은 항상 뭔가 지독하고 불쾌한 향이 섞여 있었다고!"

 

 

그녀의 남편 어빙(크리스쳔 베일)은 중독이라도 된 듯 그 향을 맡구요. 

남편의 친구가 나름 예의를 갖춘다고 매니큐어 냄새를 맡고서 "꽃 향기가 나네요"라고 하자

그녀가 말합니다.

"꽃인데… 거기에 쓰레기 냄새도 섞였어! …그게 사람을 사로잡는 거예요." 

 

태어나서 처음 맛본 두리안은 이 장면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어딘가 썩은 듯한 향긋함, 그래서 중독적인 향.

마치 나쁜 여자인 로잘린 그녀를 상징하는 것 같아요. 

 

천재 사기꾼인 어빙이지만 그보다 한수 위인 성격파탄자 로잘린에 꼼짝 못하고 살며

습관적으로 그녀의 매니큐어 향을 맡는 것처럼 

두리안이라는 과일은 그런 중독적인 매력을 갖고 있나봐요. 

 

 

두리안은 향 때문에 못먹는 분은 못먹지만 

좋아하는 분들은 또 너무너무 좋아하는 과일인데

제 경우엔 후자가 될 것 같네요. 

 

참, 이건 두리안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상식이겠지만 

두리안은 술과 같이 먹으면 안된다고 하네요. 

두리안에 알콜을 분해하는 걸 막는 성분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특히 맥주랑 같이 먹는 건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해요. 

두리안과 맥주를 같이 먹고 사망한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실제인지 괴담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요. 

 

원래 두리안 사놓고 맥주 마시면서 먹을려고 하고 있었거든요.

두리안이 안익은 바람에 후숙 방법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이런 정보를 알고 놀랐습니다.  

동남아에선 상식이라고 하는데 저처럼 한번도 안먹어 본 분들은 모를 수도 있을 거 같아 적어 봅니다. 

 

치앙마이에서는 두리안 먹으러 무앙마이 시장에 많이 가는 것 같아요. 

저도 두번째 두리안에 도전하러 언젠가 한번 가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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