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계좌 롤오버하기: 경험, 절차, 주의점

미국에서 401k 등 은퇴계좌 롤오버를 고려하고 계신 분들을 위해 최근의 제 경험과 추천 사항을 공유하겠습니다.

 

미국 회사를 다니다가 이직이나 퇴사를 하게 되면 이전 회사에서 갖고 있었던 401k 등의 은퇴계좌를 어떻게 할 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네 가지 정도의 대안이 있고 각자 장단점이 있는데, 제가 전에 썼던 포스팅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2023.09.18 - [분류 전체보기] - 미국회사에서 퇴사하는 법

미국회사에서 퇴사하는 법

 

제가 그동안 했던 것은 바로 '아무 것도 안하고 그대로 두기'였습니다. 지금까지 세 군데의 회사에 다녔는데, 첫번째와 두번째 회사 둘 다 피델리티(Fidelity)에 연금 계좌가 있었기 때문에 피델리티에 들어가면 은퇴계좌 둘 다를 볼 수 있었습니다. 새로 롤오버 IRA(Rollover IRA)를 만들어서 자금을 거기로 옮겨오면 투자 종목에 선정이 더 자유롭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귀찮기도 했고 포트폴리오를 바꿔야 겠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 세 번째 회사를 그만 두고서는 롤오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롤오버'는 한 은퇴계좌에서 다른 은퇴계좌로 자금을 옮기는 것을 말합니다. 

 

롤오버를 선택한 이유

제가 롤오버를 하기로 결심한 이유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효율성

세번째 회사의 퇴직연금 제공업체가 피델리티가 아닌 티 로 프라이스(T. Rowe Price)였습니다. 저는 서비스나 리서치 등에 있어서 티 로 프라이스보다 피델리티에 더 만족해왔기 때문에 피델리티로 자금을 옮겨와서 한 곳에서 관리하고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포트폴리오를 한 곳에 갖고 있는 것이 포트폴리오를 분석하기 더 편하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회사가 안정적이라는 전제하에서 입니다.

포트폴리오 정비

최근 은퇴계좌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첫번째 직장에 다닐 때 401k 계좌에 투자했던 뮤추얼 펀드가 있었는데, 최근 몇년간 패시브 ETF 투자를 선호하게 되면서 이 뮤추얼 펀드를 팔고 S&P500 ETF로 바꾸고 싶었습니다. 은퇴계좌를 그대로 둔 상태로는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롤오버를 하기로 했습니다. 

 

<출처: pixabay>

롤오버 절차

아래는 제가 경험한 대략적인 롤오버 절차입니다. 자세한 사항과 롤오버 방식은 어떤 운용회사에 어떤 계좌가 있느냐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생략하겠습니다. 

1. 먼저 피델리티에서 롤오버 IRA 계좌를 만들었습니다. 피델리티 웹사이트에서 몇분 만에 온라인으로 쉽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2. 티 로 프라이스에 전화해서 피델리티로 롤오버 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티 로 프라이스와 피델리티 간에는 direct rollover가 가능한데요. 티 로 프라이스에서 피델리티로 바로 메일을 통해 체크를 보내는 방식이었습니다. 지난 주에 요청을 했는데 어제야 적립된 것을 확인했으니 일주일이 넘게 걸렸네요. 운용회사에 따라 direct rollover가 안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럼 운용회사에서 개인에게 체크를 보내고 그 사람이 받은 체크를 기한 내에 롤오버 IRA 계좌가 있는 회사로 보내야 합니다. 
3. 이와 함께 피델리티에 있는 401k 계좌들의 펀드를 롤오버 IRA 계좌로 옮기는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온라인으로 하려다가 계좌가 여러 개라서 피델리티가 직접 해주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아 전화를 해서 요청을 했습니다. 같은 회사에 있는 계좌 사이에서 롤오버하는 거라서 쉽게 할 줄 알았는데 생각지 못한 문제가 생겨 지연되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제 은퇴 계좌마다 제가 출력해서 사인하고 업로드 해야하는 서류가 있었는데, 피델리티 쪽의 테크니컬한 이슈로 서류 중에 하나를 온라인으로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규정상 이메일로도 보내줄 수 없다고 해서 결국 우편으로(!) 받기로 하고 기다리는 상태입니다. 

롤오버 할 때 주의점

롤오버 절차를 진행하면서 이게 생각보다 복잡한 절차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제 경험을 바탕으로 롤오버 할 때 주의점, 혹은 고려해 보실 점을 적어보았습니다.  

걸리는 시간

시간을 넉넉하게 잡기를 추천드립니다. 자금을 옮기는 데에 올리는 시간, 그리고 새로 투자를 하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적어도 2주를 예상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퇴직연금 운용회사가 하는 말만 들으면 금방 끝날 것 같았는데 제 경우 실제로는 2주 이상이 걸릴 것 같습니다. 은퇴연금 플랜에 따라 사인해야 할 서류가 있을 수도 있고, 테크니컬한 이슈가 생길 수 있습니다. 피델리티가 이 분야에서는 가장 큰 회사들 중 하나인데도 프로세스가 생각만큼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테크니컬한 이슈 때문에 몇 번이나 전화 통화를 해야 했고 우편이라는 수단까지 동원해야 했네요. 타 회사에서 롤오버하는 경우 역시 체크를 메일로 보내고 이를 적립하는 방식이라서 자금을 받는데만도 일주일은 잡아야 합니다. 

롤오버 시기와 시장 상황

또 고려해 보실 점은 롤오버를 하는 시기의 주식과 채권 시장 상황입니다. 시장의 상황을 예측하기란 어렵기 때문에 마켓 타이밍을 하라고 권유드리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주식과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큰 시기라면 롤오버를 하기에 좋지 않은 시기일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 롤오버를 하게 되면 투자되었던 자금이 현금화되며 이 현금을 가지고 새로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금화를 해놓고 새로 투자를 하기 전에 시장이 급상승 해버린다면, 내 입장에선 싸게 팔고 비싸게 사야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는 어떤 종목에 투자를 하는가에 달렸고, 또 장기 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아주 작은 기회비용이 되겠지만 그래도 생각해 볼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힘들게 번 은퇴자금인데 롤오버 하다가 손해가 나면 마음 아프잖아요. 

 

이상으로 은퇴계좌 롤오버 절차와 주의점을 제 경험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롤오버를 고려하시는 분들께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