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회사다니시는 분들 중에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Fidelity Investments)에 은퇴계좌를 갖고 계시는 분들이 꽤 많을 것 같습니다. 이 글에서는 은퇴연금 계좌 관리와 피델리티를 이용하는 소소한 팁 몇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은퇴계좌를 처음으로 갖게 되신 분들이나 은퇴준비에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하신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참고로 저는 피델리티에 계좌가 있을뿐 이 회사와 다른 관계가 없습니다.
1. Target Date Fund 재고해 보기
회사에 입사해서 은퇴연금 플랜에 사인업 하게 되면 아마 많은 경우 Target Date Fund에 자동가입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Target Date Fund라는 것은 내가 은퇴할 시점에 맞춰서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플랜입니다. 가입자의 나이와 예상되는 은퇴시점에 따라 주식, 채권, 현금 등 투자 종목들의 비중을 변경함으로써 리스크를 조절합니다. 일반적으로 가입자의 나이가 젊을수록 리스크가 더 크지만 성장성이 높은 주식의 비중을 늘리고, 은퇴 시점에 가까울 수록 더 안정적인 채권이나 현금의 비중을 늘리는 방식입니다.
회사마다 Target Date Fund의 이름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2030", "2045" 이렇게 예상 은퇴시기를 넣은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Fidelity Freedom Index 2045 Fund", "T. Rowe Price Retirement 2045 Fund" 이런 식입니다.
Target Date Fund는 한번 가입을 해놓으면 잊어버리고 있어도 자동으로 포트폴리오가 관리된다는 점에서 편리합니다. 하지만 단점이 몇가지 있습니다. 먼저 운용수수료(expense ratio)가 있습니다. 펀드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0.5%라고 합니다. 다른 펀드들에 비해 아주 비싼 것은 아니지만, 수년간 쌓이면 투자 수익률을 갉아먹는 요인이 됩니다. 물론 Target Date Fund의 편리성을 고려하면 이 정도 비용을 내고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포트폴리오 관리를 직접 하고 싶으신 분들은 운용수수료가 더 저렴한 ETF(exchange-traded fund)와 같은 다른 대안을 생각해 보셔도 좋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S&P 500 를 추종하는 SPY(SPDR S&P 500 ETF)의 운용수수료는 0.09%입니다.
Target Date Fund의 또다른 단점은 투자대상이 한정되어 있어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투자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투자에 관심이 있어서 좀더 자유롭게 투자를 해보고 싶은 분들은 Target Date Fund에서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은퇴계좌 안에서 투자할 수 있는 종목이 제한적일 수 있으니 어떤 종목이 있는지 미리 알아보셔야 하구요. 투자에 들일 시간이 없거나 투자에 관심이 적으신 분들은 Target Date Fund를 그대로 갖고 가셔도 좋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피델리티 사이트에서 내 은퇴계좌에 들어가면 투자 가능한 펀드들의 리스트를 볼 수 있었고, 몇 번의 클릭을 통해 Target Date Fund에서 내가 선택한 종목들로 쉽게 갈아탈 수 있었습니다. 투자 가능한 대상에 제한이 있었는데, 주식 인덱스나 뮤츄얼 펀드 몇 가지와 본드 펀드 몇 가지가 있었고, 애플 같은 개별 주식 종목에는 투자할 수 없었습니다. 같은 피델리티에 은퇴계좌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니던 회사마다 투자 가능한 종목들이 달랐습니다. 예를 들어 첫번째 직장에서는 은퇴계좌에서 투자 가능한 펀드들이 약 20여개 있었는데 두번째 직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더 적고 펀드 종목도 달랐습니다.
2. 브로커리지 어카운트 만들기
은퇴계좌에서 더 나아가 투자를 좀더 해보고 싶은 분들은 브로커리지 어카운트(brokerage account)를 만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투자자가 펀드를 적립하면 브로커리지 회사(Fidelity, Charles Schwab, Robinhood 등)가 주식,채권 등의 거래를 대신 해주는 계좌입니다. 은퇴계좌는 매년 납입할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고 입출금이 자유롭지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투자할 수 있는 대상도 한정되어 있구요. 은퇴계좌에 최대로 납입을 하고도 잉여현금이 있어서 투자를 더 해보고 싶은 행복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은 브로커리지 어카운트를 만드시면 됩니다. 은퇴계좌와 달리 세금 혜택은 없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자유롭게 투자를 할 수 있고 은퇴 이전라도 출금이 자유롭습니다. 제 경우 은퇴계좌와 별로도 브로커리지 어카운트를 만들었는데, 회사에 따라서 은퇴계좌 안에서 브로커리지 어카운트를 허용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제 경우 피델리티에 브로커리지 어카운트를 만들었는데, 피델리티에 한번 들어가면 브로커지리 어카운트와 은퇴계좌 모두를 체크할 수 있어서 편했습니다. 여러 회사에 은퇴계좌를 갖고 계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러 곳에서 관리를 한다는 것이 은근히 불편합니다. 회사마다 인터페이스가 다르고 사용하는 용어도 조금씩 다르구요. 한 곳에서 하면 내 포트폴리오를 한번에 보고 퍼포먼스를 분석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3. 상담서비스 이용하기
피델리티의 재무상담 서비스를 이용해 보셨나요? 저는 두세번 이용해 보았는데 꽤 도움이 되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다니던 회사에 피델리티 재무상담사들이 정기적으로 방문을 해서 직원들에게 1:1 상담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미팅에 들어가면 재무상담사가 제 은퇴계좌의 상황을 바탕으로 은퇴계획이나 투자 방향에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당시 저는 투자에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였고, 특히 미국 직장은 처음인지라 은퇴연금플랜에 대해 모르는 것 투성이였습니다. 전문 재무상담가에게 맞춤화된 상담을 받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최근에 또다시 상담을 받을 기회가 생겼는데, 제가 사는 지역에 있는 피델리티의 재무상담사와 미팅을 잡아서 전화로 진행했습니다. 정해진 토픽은 따로 없었고 제가 궁금한 내용을 자유롭게 물어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IRA 롤오버를 하고 있던 상황이라 여기에 대해 질문을 했구요. 은퇴계획에 대해서도 상담을 했는데, 은퇴하고 싶은 나이, 예상 소득, 지출패턴, 현재의 자산 등을 알려주면 은퇴 목표가 얼마나 달성 가능한지, 어떤 사항이 개선되어야 하는지 등을 알려줍니다. 요즘은 이런 플래닝을 도와주는 툴이 워낙 많아서 상담 결과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알고 있는 내용을 전문 재무상담사에게 재확인 받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참고로 이런 서비스를 받는 것에 따로 비용이 청구되지는 않았습니다. 피델리티가 받는 각종 수수료에 이런 비용이 포함되어 있겠죠.
4. 은퇴계획 분석 툴 이용하기
피델리티에서 제공되는 유용한 툴이 있는데 아래의 Retirement Analysis입니다. 피델리티 사이트에서 Planning & Advice 탭을 누르고 My Goals를 누르면 나옵니다. 나에 대한 각종 정보(나이, 자산, 은퇴예상 시기 등)를 입력하면 아래처럼 내 은퇴 계획이 어떤 상황인지에 대한 스코어가 나오고, 은퇴를 해서 내가 매달 필요할 금액과 현재의 자산상황을 고려했을 때 실제로 들어올 현금, 그리고 그 둘의 차이가 추정되어 나옵니다. 요즘은 은퇴 플래닝을 도와주는 툴이 흔해져서 희소성이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끔씩 수치를 업데이트 해보면서 내 상황을 점검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됩니다. 참고로 아래의 수치들은 임의의 정보를 입력한 결과입니다.
5. 웨비나 이용하기
피델리티에서 종종 웨비나 등의 이벤트에 초청하는 이메일을 받으실 거에요. 일하느라 바쁘시겠지만 시간이 되면 이런 이벤트에 들어가 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최근의 마켓 동향, 배당주, 은퇴플래닝, 크립토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배울 기회가 많습니다. 제가 최근에 조인했던 웨비나는 배당주에 대한 웨비나였는데 배당주에 대한 개념 뿐만 아니라 배당 정보를 피델리티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자세히 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서 유용했습니다. 피델리티 사이트에서 News & Research 탭을 누르시고 Learn 메뉴를 선택하시면 아래와 같은 이벤트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이상으로 은퇴계좌와 피델리티를 이용하는 몇가지 팁을 공유했습니다. 은퇴계좌는 처음이신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