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에 '말레이시아 영어'로 검색해서 들어오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이렇게 검색하시는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게 뭘까 생각해 봤는데
추측컨대 크게 두 가지의 경우가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자녀나 본인의 영어공부을 목적으로 말레이시아에 한 달이나 그 이상 체류하시려는 분들이 있겠고
다음은 말레이시아에 여행을 오시면서 현지인들과 영어로 의사소통이 잘 될지 궁금하신 분들일 것 같아요.
저는 첫번째 경우인 영어교육에 대해서는 아는 정보가 없지만
두 번째 경우인 의사소통에 대해서는 말레이시아에 한 달 정도 있으면서
여러 가지 느낀 점이 많습니다.
참고로 저는 미국에서 10년 넘게 거주하며
대학원과 회사원 생활을 수년 동안 해서 영어로 꽤 테크니컬한 의사소통이 가능하지만
원어민을 따라갈 실력은 못되고 지금도 매일 영어 공부를 하는 사람입니다.
말레이시아로 여행을 오기 전에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영어를 잘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제 생각엔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먼저 꽤 많은 사람들이 영어로 기본적인 의사 소통이 가능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말레이어를 하나도 모르고도 한 달 동안 여행하는 데에 큰 불편이 없었습니다.
대신 사람마다 영어 수준의 편차는 당연히 있습니다.
택시 기사분들의 경우 아주 유창한 분들부터 영어를 아예 못하시는 분들까지 다양했고
숙박하는 곳에서 청소를 담당하시는 분들의 경우 대부분 영어를 못하셨습니다.
가게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외국인들을 많이 상대해서 그런지 잘 하시는 편이었구요.
여행업 외의 직종에 계신 로컬 분들을 많이 만나본 것은 아니지만
제가 만나서 잠깐이라도 대화를 나누어 본 분들은 영어로 의사소통을 잘 하셨어요.
그런데 제 편에서 이분들의 영어를 알아듣기가 어려운 경우가 꽤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일단 발음과 억양이 미국식 발음과 다르기도 하고
말레이시아에서 쓰는 영어가 영국식 영어이다 보니까
사용하는 단어가 저한테는 생소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정유소를 gas station이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petrol station 이렇게 부르는 것 말이죠.
하지만 문법이 맞지 않거나, 완전한 문장을 구성하는 대신에
몇몇 단어들을 짜깊기 해서 문장 대신 사용하는 경우도 꽤 많았어요.
예를 들어 에어비엔비 같은 숙소를 이용하려면
호스트와 왓츠앱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게 되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 재차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이렇게 써놓으니 말레이시아 분들의 영어 실력이 별로다 이렇게 들릴 수도 있는데
절대 그렇게 생각하진 않구요. 공식언어인 말레이어가 따로 있는데
다수의 국민들이 이 정도 레벨의 영어를 한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인 선에서나마 영어가 통한다는 것이 외국인인 제 입장에서는 감지덕지 합니다.
한편으로는 말레이시아에서 영어를 배우는 것에 대한 장단점도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먼저 장점으로는 영어를 일상 속에서 자주 사용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고,
영어 뿐만 아니라 말레이나 중국어도 마음 먹으면 쉽게 배울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습니다.
무슨 언어든지 일상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 금방 느는데
말레이시아는 그런 점에서 여러 언어를 습득하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봅니다.
단점으로는 말레이어가 섞인 영어를 배우게 될 가능성인데요.
언어를 배울 때 학교나 학원 안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주변 사람이 쓰는 단어나 억양, 발음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따라하게 되잖아요.
말레이시아의 모든 사람들이 정확한 영어를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정확한 표현이나 문법을 무의식적으로 따라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점은 이후에 영어를 어디서 사용하게 될지에 따라 다를텐데요.
말레이시아에서 영어를 사용하며 생활하기엔 괜찮을 수도 있지만
말레이시아 이외의 나라들, 예를 들면 미국에서 생활하게 된다고 하면
미국식 영어로의 적응 기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습니다.
대신 영국식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에 적응하기엔 오히려 더 유리할 수도 있겠네요.
이상은 말레이시아에 고작 한 달 살아본 여행자로서 해본 생각이었습니다.
실제로 말레이시아에서 영어 공부를 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